2019-08-16 12:40 (금)
"자부심으로 광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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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으로 광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 석영걸
  • 승인 2019.07.24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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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증을 잘 내는 기질은 광고업 안에서 늘 새로움을 찾고 시도하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 기질 덕분에 광고계에서 18년간 버틸 수 있었다는 대홍기획 지윤진 CD를 만났다. 

Q. 대홍기획에서 어떤 일을 하고있나.
A. 저는 제작팀 CD로서 2명의 카피라이터, 2명의 아트디렉터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KT기가지니 서비스 광고를 제작했고, L&P 코스메틱의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맡아서 캠페인을 각각 진행했습니다.

Q. ​광고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었나.
A. 19년 전인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광고대행사의 인턴 모집에 지원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솔직히 그때만 해도 AE가 뭔지, 카피라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죠. AE로 인턴 생활을 하다가 신기하게도 정직원 채용 때는 카피라이터로 발령이 났고, 그때부터 카피라이터  일하며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차장으로 대홍기획에 경력 입사한 후 4~5년 전부터는 CD를 맡게 되었고요.

​Q. ​막상 광고를 만들어보니 적성에 잘 맞았나.
A. 저는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도 많이 해봤는데 3개월만 지나면 지겹더라고요(웃음). 금방 싫증을 느끼는 성격이고 호기심이 많아요. 그런데 광고는 몇 개월 단위로 계속 브랜드나 광고가 바뀌니까 지겨워질 틈이 없더라고요. 제 기질과 광고업의 특성이 상호 보완되는 면이 있어서 오래 일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 오히려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이미 알고 있는 건 재미없어, 새로운 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조금 빨리 트렌드를 파악하고 적용해 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Q. ​KT기가지니 광고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 제작하신 과정이 궁금하다.
A. 기가지니는 일단 연간으로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가 나올 예정이었어요. 그래서 추후 어떤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캠페인을 지속할 수 있는, 전체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광고주의 요청이었죠. 지나치게 유행을 타거나 단발성의 아이디어와 모델 중심으로 이루어진 제안은 지양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에 제작한 시리즈 3편의 콘텐츠가 노래방과 명상, 홈트레이닝이었는데 듣자마자 ‘재밌겠다’ 싶었어요. 서비스 성격 자체가 생활에 착 붙어 있어서, 니즈만 잘 건드려줘도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광고 후 서비스 신청이 수직 상승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서 보람도 컸고요. 덕분에 팀원들과 으쌰으쌰하면서 다음 편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래방’편 경우에는 광고주 요청으로 TV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황재균 야구선수의 뒷이야기로 꾸미게 되었어요. 그런데 광고에서는 황재균 선수가 음치라고 나오는데, 실제로는 노래를 잘하시더라고요. 그 때문에 긴급 회의를 할 정도였는데 결국에는 광고적 위트를 살리기 위해 촬영 당시의 MR보다 키를 높게 해 황재균 선수가 음치인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이 자리를 통해 누명을 벗겨 드리고 싶습니다(웃음). 

Q. ​광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지점은 뭔가.
A. 드라마의 제작 과정으로 보자면, 저희가 하는 일은 작가와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배우가 연기를 하고 훌륭한 감독이 연출해도 애초에 스토리가 참신하거나 공감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금세 흥미를 잃고 말죠. 광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좋은 아이디어, 즉 참신하고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생각과 이야기가 우선 맛있게 지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아이디어 내는 시간만큼은 다른 자잘한 업무에 정신을 뺏기지 않고, 아이디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주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방어도 하고, 강조를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가 가장 잘 나오는 때와 장소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 장소, 모드에서 생각을 해서 회의 때만 한곳에 모이게 합니다. 

​혹은, PPT를 장식하는 데 시간 쓰는 걸 경계하기도 합니다. 특히, 내부 회의 전에는 보통 ‘이 크리에이티브가 온에어되면 정말 반향이 있겠다’ 하는 아이디어를 딱 하나만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개수를 채우려고 1개의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다른 아이디어로 넘어가서 3-4개의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가 많은데, 그 방법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여러 방향의 아이디어의 단초를 건드려보다가 정말 괜찮은 걸 만나면, 그 1개를 이렇게 꾸며보기도 하고, 모델을 바꿔보기도, 저런 카피를 붙여보기도 하고, 굳이 필요 없어도, 시리즈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소재를 찾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고민을 하는 거죠. 

이런 디벨롭 과정을 거쳐야 아이디어가 힘이 기기 시작하는데, 보통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회의때 크리에이티브를 1개만 가져가면 성의 없다 생각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며 달라 보이는 안으로 계속 고민없이 확장시킬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통 힘을 갖춘 1개의 크리에이티브가 여러 아이디어들을 올킬하는 것이, 소비자가 만나는 단 1개의 CF잖아요. 특히나, 보통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보고 준비 기간 안에 모든 아이디어 회의와 콘티 구성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감독과 후반 스탭들도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좀 더 흥미롭고, 애착이 가는 스토리의 콘티를 만나면, 그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각자 신경 주시는 걸 보게 됩니다.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면, 좋은 완성도를 향해 스스로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Q. ​현업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광고인으로서, 고민이나 숙제가 있다면?
A. 대학생들 사이에서 광고업이 점점 희망하는 직업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말을 7~8년 전부터 듣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만 하기에는 살짝 무책임한 것 같기도 하고요. BTS를 보고 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꿈을 키우고, 영화 기생충을 보며 신인감독들이 다시 한 번 현실적으로 힘을 내듯, 광고 크리에이터도 누군가의 ‘꿈’이 되기 위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멋진 결과물과 함께, 그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활동들을 펼쳐나가는 현업 광고인들이 많이 관심을 받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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